이제 10년 이내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와이프와 상의를 해 보니 국민연금 조기수령 여부가 우리 부부 노후준비에 핵심이 될 듯 하여 비슷한 상황인 분들께 저의 고민을 공유 드립니다.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노후준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조건이 허락되는 한 최대한 회사에서 버텨서 정년 퇴직을 기대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 경제 상황에서 이직도 힘들고, 자녀 교육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명예 퇴직을 해도 나오는 위로금으로 고정 수입을 만들만한 사업을 꾸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자녀를 늦게 출산하기 때문에 가장이 50대 후반이 되어야 자녀들이 대학교에 졸업하거나, 빠르면 취업 준비를 하는 시기가 됩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면서 발생하는 소득 감소를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저의 케이스만 해도 자녀가 대학교 재수도 안하고, 언어 연수도 안 가야만 57세에 대학교 졸업을 합니다. 남들 하는 휴학 몇 번 하면 저도 60세까지 회사에 붙어 있어야 교육비를 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녀가 대학교에 졸업한다고 해도 바로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에 큰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막연히 대책이 없으므로 정년까지는 무조건 회사를 다녀야 하고, 퇴직을 하면 서울에 마련한 집 규모를 줄이거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서 목돈을 마련해 노후를 준비하거나 자녀 결혼에 대비하려고 생각합니다.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 놓은 돈이 없으므로, 나중에 자녀가 취업을 해서 독립을 해야 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저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쪼개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 중입니다. 하지만, 매월 필요한 생활 자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
58~60세 퇴직을 해서 다시 취업을 해서 일을 해야 할까요? 직장인의 가장 안 좋은 점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소득이 0원으로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보통 퇴직 후 생활비는 퇴직 전 실소득의 70% 수준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회사 다닐 때보다 이것저것 씀씀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재취업은 마지막 옵션으로 남겨두고,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하고, 연말정산 환급 때문에 조금씩 넣은 개인연금까지 모두 60 개시로 맞춰서 받으면 월 300~400만원은 가능합니다. 65세 이후 와이프와 저에게 국민연금이 나오면 또 어찌어찌 생활은 가능할 듯 합니다. 정말 부족하면 주택 모기지까지 동원을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조기수령의 역할
국민연금은 65세 수령이 가능한데, 제도상 60세 이후부터 수령이 가능합니다. 5년 일찍 받을 수 있는 대신 1년에 6%, 월 0.5% 감액된 지급률로 평생 지급받는 것입니다. 최대 5년 일찍 수령하면 30% 감액된 지급률이 반영됩니다. 이 조건에 대해 금액 손해가 크기 때문에 조기수령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심지어, 65세보다 더 늦게 받으면 수령액이 크게 증가한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더 늦게 받으면 그만큼 돈이 굴러가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수령액은 증가할 것입니다. 더 일찍 받으면 그 만큼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국민연금 조기수령은 조금 손해처럼 느껴집니다. 1년에 6% 감액된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서 연 6% 받을 수 있는 이자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예금에 투자를 해도 4% 수준이고, 주식에 투자를 해도 연평균 6% 이상 수익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때문에 매년 6%가 남들보다 적게 지급 받는 다는 것에 거부감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포기하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받게 될 연금은 약 150만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60세부터 받게 되면 월 평균 생활비는 450~550만원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 금액이 넉넉해 보이시나요?
아닙니다. 퇴직 후 부부의 건강보험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고, 가입되어 있는 실손 보험료, 차량 유지비, 부동산 관련 세금만 해도 100만원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100만원은 매몰 비용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만약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하지 않으면 사실 3인 가족이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3인 가족의 평균 생활비는 50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통해 간신히 평균 생활비 정도를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작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100~200만원 더 벌어온다면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에서는 60세 이후에 굶어 죽지 않는 한 일은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저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연금 조기수령이 꽤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조기수령이 정말 손해일까?
그리고, 저는 받을 돈은 빨리 받는 게 결론적으로 이득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50세가 되고 보니 제 몸 컨디션이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미 회사에서 과로로 사망한 선배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몸 컨디션이 망가진 상태에서 월 몇 십 만원 더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돈도 건강할 때 써야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몸 아플 때는 만사가 다 귀찮고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위급한 일이 생기면 저희에게는 집을 담보로 목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다면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물려 줄 수 있는 재산이 있으니 좋은 것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 부부가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제가 받는다고 해도, 와이프 국민연금이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얼마 되지는 않아도 와이프도 맞벌이로 회사생활을 20년간 했기 때문에 65세 이후 살림에 보탬은 될 것입니다. 가계 생활비는 퇴직 전 생활비의 70%를 유지하다가 70세 이후 50%까지 서서히 줄어들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지금 80세가 넘으신 부모님들께 물어보면 생활비는 퇴직 직후 생활비에 비해 50%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의료비라고 합니다. 식생활비 외에 다른 비용은 의료비 외에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직장인들이 생각할 때 퇴직 연령인 60세부터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65세 사이가 절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사이를 국민연금 조기수령으로 메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퇴직 시기가 점차 다가올수록 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재취업을 해서 최소 5년 간 더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주변 사례를 보니 재취업은 복불복이라 추가 수입을 확보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가정으로 은퇴설계를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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